지하철에서 뜻밖의 쌍둥이를 만난 오늘, 제 마음을 달래준 건...

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걸 보니 정말 가을이 깊어가는 게 느껴지는 저녁이네요. 오늘따라 유독 노을빛이 서글퍼서 센치한 마음으로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는데, 정말 기막힌 우연인지 맞은편에 앉은 분이 저랑 소매 끝 레이스까지 똑같은 블라우스에 슬랙스를 입고 계시더라고요.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고개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괜히 시선을 창밖 어두운 풍경으로만 고정하고 왔답니다. 민망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친 제 모습을 보는데, 계절 탓인지 부쩍 푸석푸석하고 생기 없는 얼굴이 어찌나 눈에 띄던지 몰라요. 성격이 워낙 급해서 빨리 집에 가서 뭐라도 발라야겠다 싶어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바로 달려갔죠. 저는 이런 날일수록 더 꼼꼼하게 홈케어 루틴을 챙기는 편이에요. 일단 자극 없는 클렌징 밤으로 메이크업을 순식간에 녹여내고, 물기가 살짝 남은 상태에서 바로 수분 앰플을 듬뿍 올려요. 평소 같으면 대충 펴 바르고 말았겠지만, 오늘처럼 민망한 일이 있던 날은 왠지 저 자신을 더 세심하게 다뤄주고 싶어서 손가락 끝으로 토닥토닥 오랫동안 정성껏 흡수시켜 준답니다. 마지막으로 고영양 크림을 도톰하게 얹어 장벽을 만들어주고 나면, 그제야 거울 속의 나 자신과 화해하는 기분이 들어요. 밖에서의 민망했던 순간도 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관리 덕분에 씻겨 내려간 기분이네요. 역시 하루의 끝에서 저를 위로하는 건 이런 소소한 습관들뿐인 것 같아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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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1
  • 기적적인자몽F1765096810355
    신기하네요~~ 같은 옷이라니~